세종논평, ‘2020 미국의 선택 :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기조: ‘리셋 2.0’ 시대의 도래‘  이상현 수석연구위원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가 가고 미국은 리셋 2.0’ 시대를 맞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장래와 국제질서의 미래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기로에 선 상황에서 개최된만큼,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선거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번 선거는 향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신고립주의를 지속함으로써 패권의 추락을 가속화하는가, 혹은 전통적인 글로벌 공공재의 제공자 역할로 복귀하는가 사이에서 미국인들은 후자를 택했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이번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테스트라는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집권 이후 더욱 극심해진 정치적 분열 속에서 선거 과정의 관리를 둘러싼 민주주의 역량의 위기를 초래했고,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라는 이미지의 심각한 실추를 초래했으며 심지어 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혼란상을 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의 수장으로서 역대 대통령들이 중시해왔던 미국적 가치의 수호, 세계의 양심적 목소리로서의 역할을 포기했지만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정상적 외교로의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기조는 일단 대선 정강을 통해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바이든 캠프가 제시한 정강은 과거 민주당의 전통적인 어젠다들을 거의 다 반영하고 있다. 민주당도 COVID-19로부터의 회복을 첫 의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강하고 공정한 경제 건설, 보편적 의료보험 제공, 사법제도 개혁, 기후변화와 환경 정의 실현, 민주주의 회복 및 강화, 선진 이민제도 도입, 교육 개혁 등 주로 국내정치 관련 내용이 정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외교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정강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미국의 리더십 혁신부분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서 외교의 중요성 강조, 동맹관계의 복원, 국제제도의 존중, 해외 개발원조 활용, 군사력 강화와 21세기형 변환, 초국가적 도전에 대한 국제적 대응 조율, 기후변화, 신기술, 비확산, 테러리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미국의 이익 증진을 위한 지역별 전략을 언급하고 있다. 아시아 정책은 핵심 동맹인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태국, 필리핀 등도 협력을 확대를 언급했다. 그리고 이들 동맹들과의 협력, 그리고 대북 외교를 통해 북한 핵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을 봉쇄하고 지역 도발을 억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 진전을 위해 지속적이고 조율된 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심각한 인권유린 중단을 위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에 비해 바이든 후보는 전반적인 외교정책의 기조로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1)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했고 미국을 강하게 하고 국민을 단합시키는 민주적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 임무로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하게 하겠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어젠다를 강조했는데, 첫째,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혁신, 둘째, 미국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 추진, 셋째, 국제사회 리더의 자리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어젠다는 민주당의 대체적인 외교정책 방향성을 반영하고 있는 바,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외교 폄훼, 일방주의, 실패한 외교로 미국의 동맹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제 동맹관계를 재건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조에 비춰볼 때 트럼프 시대에서 바이든 시대로의 전이는 미국 외교에서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변하지 않을 두 가지 추세는 미국 우선주의와 대중국 강경 노선이다. 미국 역사에서 뿌리깊은 백인 정체성의 정치가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 사회의 전반적 특징으로 정착되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세계화로 인한 미국내 피해 계층, 특히 러스트 벨트의 노동 계층을 외면하기는 어려운데, 이들 대부분은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중산층이다. 이들을 포용하려면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불가피하다. 대중국 강경론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미국내 초당적인 대중국 인식은 지난 40여년간의 대중 포용정책이 중국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힘만 키워서 결국 오늘날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실패론에 근거한다. 오늘날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은 전방위적인 바, 첫째,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취하는 국가주도 보호무역주의와 국가자본주의의 위험성이 있고, 둘째, 미국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며, 셋째, 안보적 도전을 포괄한다.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은 이제 본격적인 패권경쟁으로서 가치경쟁, 체제경쟁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국을 대하는 레토릭과 접근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직접 중국을 압박하는 대신 동맹과 우방국들의 연대를 통한 다자적 압박으로 중국을 다루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입장 정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비록 바이든이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트럼피즘마저 꺾은 것은 아니다. 외교정책 분야에 못지않게 바이든이 헤쳐나가야 할 국내정치적 도전도 만만찮다. 지난 4년간 수많은 스캔들과 부패, 정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일반투표의 약 48%를 득표, 2016년보다 거의 7백만표를 더 얻었고, 라티노와 흑인들의 지지도 증가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백인우월주의자, 상습적 거짓말장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심각한 공공보건의 위기를 초래한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로 보면 바이든이 선거에서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의 것이라는 평가를 극복하고 국민적 단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